오늘밤과 내일 눈이나 비가 온다고 한다.


기상청에 하도 많이 속아서 과연...이라는 말부터 나오지만, 또다시 들떴다.
분명 눈이나 비라고 말했는데, 비라는 말은 나혼자 싹싹 지웠다
지난번 제법 큰 눈이 내렸을 때 다음날 하루종일 길바닥이 검은 구정물로 질퍽거려 신발이 홀딱 젖은 악몽은 그새 잊었다.
도시의 눈은 어김없이 내게 기쁨과 실망을 동시에 안겨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힘으로 해결되지 않는
어떤 걱정거리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주는 오묘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이 힘에 꽤 많이 의지하는 나는 오늘 또 종로에서 필름 2롤을 샀다.
일명 망각의 힘을 담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찼다.
내일은 어디 가지?
눈 온다는 예보만 들으면 만날 똑같은 고민같지도 않은 고민을 골똘히 한다.
할 일도 없지.
똑같은 그림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나도 이젠 음침한 곳을 피해 좀더 낭만적인 곳에서
snow frolic 에 맞춰 미친 행각을 벌이고 싶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군. ㅡ.ㅡ
<눈 오는 날 산책하기 좋은 서울 골목길> 이런 류의 책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소박하게 집앞에서 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집 앞 전봇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새벽마다,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며 앙칼진 울음을 내뱉는 미친 고양이 2마리도
희안하게 눈오는 날은 온데간데 없다.
니네들 어디 간거니. 이럴 때 나와서 나한테 봉사해야 하는거 아냐? =_=;;
니네들이 매일밤 내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갈기갈기 찢어놓는거 나는 다 안다.
나만 늘 혼나잖아. 이 나쁜 것들. ㅡ.ㅜ
2주전엔 이 아이들이 내 집 현관 앞에서 너무 심하게 다퉈서 자다가 이불을 박차고 벌떡 일어난 적이 있다.
물론 이런 일이 한 두번은 아닌터라 처음엔 신경쓰지 않았지만, 점점 소음이 심해져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찌나 화가 나는지, 내 말을 알아듣는다는 보장도 없는데, 이 아이들에게 할 말을
머리 속에서 척척 뽑아 들고 옷을 단단히 챙겨입었다.
꽤 추운 밤이었고 이 아이들을 훈계하고 떨어뜨려 놓으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거라는 나름의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현관문 열자마자, 너무도 사나운 그르렁거림과 함께 새까만 고양이가 잽싸게 내 두발 위를 쌩하니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흠칫 놀래서 그만 문을 서둘러 닫고 말았다.
이때만큼 고양이가 무서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넌 좀 빠져줄래.
집도 없는 고양이가 감히 나에게 이런 무서운 경고를 하는 것이다.
한참을 숨을 죽이고 있다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다시 뜰에 나왔을 땐, 이미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처량맞은 사람 울음 소리가 가까운 듯 먼듯 아련하게 들려서 한참을 홀린듯 듣고 있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집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 소리는 지금 생각해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 참 희안한 소리였다.
아기 고양이 소리구나 생각할라치니, 곧이어 뭔가 사람이 신세 한탄하는 것 같은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인가 고개를 갸우뚱하면 뭔가 야성적이고 처연한 울음 소리가 숨넘어가게 쏟아지는 것이다.
그러니 등골이 오싹하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미스테리물을 너무 많이 읽은 탓인가 싶어서 방에 들어서자마자 머리맡에 읽다 말고 엎어놓은 온다리쿠의 책을 멀찍이 치워둔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고양이가 사라졌다.
도대체 그 고양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너희들을 위해 고열량의 음식물 찌꺼기를 준비하고 있으니, 제발 와서 알려다오-
 

덧)
내일 공짜로 새 카메라를 입양 받는다. 고맙습니다. ♡
펜탁스 미슈퍼.
나도 이제 예쁜 사진 좀 찍어서 아가야들 좀 울려 볼까 한다. ㅋㅋ  농담이고. =_=;;
F3 너무 무거워서 그간 좀 힘들었어. 베~
하지만, 여전히 F3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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