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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0일

봉투에 사진을 담아 건네고 생각해보니, 편지를 안썼다...
그리고 악수를 나눈 손이 오른손이었는지 왼손이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바보.
난 5년전과 또 같은 공황에 빠졌나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에반에 도착했을 때는 무슨 인연이 닿은건지, 김동률이 막 광장 무대에 올라서려던 찰나였다.
6시 임박 전부터 언니. 어디야를 연발하던 아이들에게서 그 순간 문자가 우르르 한꺼번에 쏟아졌다.


꺄아- 언니 지금 률오빠 나왔어.


휴대폰 슬라이드를 천천히 닫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광장 무대쪽으로 돌렸는데, 무수한 인파에 가려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기가 어렵다.
들뜬 팬들은 반가운 환호성을 지르고, 플래시를 터트린다.
나는 페르몬 향이 짙은 수많은 처녀들의 인파에서 길을 잃었다.
그녀들의 애절하고 농밀한 눈길. 재밌다.
어차피 차례되면 코앞에서 볼텐데... 나만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하는걸까 ;;
휴대폰을 다시 열고, 도착하면 연락하겠다 했던 애들을 하나하나 찾아나갔다.
반가운 얼굴들.
보자마자 웃음이 번졌다.
싸인회 대기표가 나에게 있는 세의를 빼고 모두 자기 번호에서 만남의 순간을 고대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6시간 내내 베이킹에 몰두한 세희.
ryul이라고 선명하게 데코레이션을 한 피아노 케익을 찍은 사진을 자랑스레 보여준다.
그리고 건네주는 세희표 코코넛 쿠키.
이제보니 세희 일류 요리사였구나. 얼마나 맛있던지. ^^
주소 부를테니 받아적어라. 월간 잡지책 보내듯 우리집에 매월 과자를 보내라 반농담을 하는
나를 보고 꼬마가 베시시 웃는다.
여전히 수줍음이 많지만 순간적인 용기도 대단한 진실이.
이번에도 이름 뒤에 하트를 요구하고, 사랑해요를 외쳤단다. ㅋㅋ
아이의 남자친구는 멋쩍은 포즈로 주변을 서성이며 우리들의 수다가 끝나길 기다린다.
밥 먹고 가라니까.... 남자친구 땜에 안된단다.
내가 너를 그렇게 키웠니? ㅡ.ㅜ
제법 짙은 화장. 스모키 메이크업. 요즘 애들은 빠르다.
나 대학 새내기때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한숨이... 왜 그렇게 다녔을까. =_= ;;;
학기도 시작하기 전에 남자가 생기다니... 진실마마님 제가 모시고 살겠습니다.;;


수영이.영이.세의는 모르겠는데, 20살 진실이와 세희를 보면 정말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실감한다.
처음 만났을 때 중고등학생이었던 애들. 세희는 곧 병원실습으로 치일테고, 진실이는 이제 막 대학의 문에 들어선다.
나. 정말 애들 많이 키웠다 ㅡ.ㅡ
이제는 뭐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지만, 그때 당시엔 그래도 꽤 삼삼한 나이였거늘.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언니라고 부르며 기댈 사람은 보이질 않는구나.
죄다 나보고 언니.누나라고 부르며 덤빈다. ㅜ_ㅜ
후~
몇년 전만해도 내가 왜 이 어린 것들과 놀고 있을까... 약간의 회의도 들었는데, 이 아이들이 지금 이렇게 큰 힘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정말 보면 볼수록 예쁜 아이들.  
이 아이들은 사리분별이 바르고 태양처럼 밝다. 에테르.
안팎으로 문제가 많은 나를 지금까지도 너무나 잘 따른다.
그리고 나는 이 아이들에게서 더욱 많은 것들을 얻어간다.


늘 내앞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펼치던 어른스러운 세의는 어느새 라디오 막내작가로 세상의 문을 열었다.
홈베이킹에 푹빠진 세희는 늘 나에게 클래식 음악에 관한 잊혀진 열의를 불어넣는다.
항상 먼저 손을 내밀면서도 전혀 섭섭해하지 않고 오히려 감동넘치는 선물들을 선사해주는 고마운 아이.
률에게 전해준 여행 트렁크 안의 꽃다발 사진. 나름 의미있다.
작년 봄. 이 아이가 일주일도 지난 내 생일을 챙겨주고 싶다며 홍대거리에서 장미꽃다발을 선물해주었다.
바로 그 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률옹에게 내가 느낀 장미빛 감동을 보내고 싶었는데, 잘 전해졌는지 모르겠네. ^^
또 음침하다고 내던진거 아냐 ㅡ.ㅜ


친구들 사이에서는 다소 까칠한 입담을 자랑하는 애교작살 진실양은 내 앞에서는 늘 스스로 고운 말을 골라쓰며,
내가 새삼 그리워하는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환상과 꿈. 어떤 그리움의 정서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진실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꼭 내가 노인이 된 기분이다.
그것도 백일도 안된 아기를 무병장수의 에너지로 삼으며  밤마다 끼고 자는 슬픈 노인 =_= ;;
말수가 적지만 거짓이 없고 마음이 선한 영이. ^^
영이 덕분에 미운(=_=) 적군 공연도 보았지.
(이번 싸인회를 계기로 내가 이적의 음악만을 좋아하는 이유를 떠올리고 말았다. 세의야 고마워. =_=;;;)
어제는 늦은 밤까지 따뜻한 밥을 가득 먹고 여유로이 차를 마시며 이들과 수다를 떨다가
참 고맙고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늘 그렇지만, 나는 어린 아이들에게서 늘 결정적인 무언가를 배우고, 잊혀진 마음들을 되살리고 있다.
더불어 언니는 정말 초동안이야라는 말을 실시간 라이브로 원없이 반복 청취하며 실성한 웃음을 곳곳에 흘린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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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닷 sindra77 & clairemayu 님




약속된 200인분의 싸인을 쉴새없이 하며, 악수를 나누고 팬서비스용 미소를 능숙하게 보여주는 률옹.
자동 로봇이다.
이 자동 로봇 모드는 이제는 기억이 가물거리는 고릿적 사인회때만 해도 일명 나는 니네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골수팬이요.
올드팬이라 자처하는 다소 허영심 많은 팬들 앞에서만 잠깐씩 해제되곤 했었다.
그들은 유난하니까. 그게 그렇게 섭섭하더라. 어린 마음에.
나도 거제도 촌구석에서 전람회 고릿적부터 댁을 좋아했는데 아무 소용도 없고. ;;;


그런데 그걸 과시하지 못해 안달난 철이 덜든 아이 어른들.
사람은 나쁘지 않다. 단지 말과 행동에 늘 같은 문제가 있을 뿐.
모를거다. 뒤에서 얼마나 욕을 얻어먹고 있는지. 아니야. 그들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친분 자랑은 그런 욕을 감수하고도 남을만큼 마약과 같은 존재감을 부여한다.
나는 그저 그들이 보기 싫어 펜대를 꺽은 팬들도 꽤 보았다.
이번에도 그들은 변함없이 알량한 친분을 과시하느라 기운을 소진하고 있었다.
나이를 곱게 먹는 징조인지 어제의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도 눈매가 매서워지는 마음이 일지 않았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과연 나는 률옹을 얼만큼 알고. 률옹은 우리를 얼만큼 알고 있을까.
그렇게 따지고 보니, 아는게 뭐 있나 싶다.
단지 인상착의를 좀더 기억해내고, 나이를 어렴풋이 떠올리고 자주 접한 이름을 더 빨리 기억해낼 뿐.
편지로 시시콜콜 사연을 적어보냈다면, 어쩌면 그들의 고향. 직업.지나간 그들의 고민을 알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엔 부질없다는 생각이....나도 윤상처럼 되가나봐.
인생 그냥 가는거지. 아아아 ;;;


그런데 이번엔 나뿐만 아니라 률옹도 변하셨더라.
아마 많은 사람들이 률옹이 한마디씩 던져준 별스럽지 않은 말들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


그리고 나 역시 간직하고 있다. ^^
물개의 안부를 전할 수 있으리라 상상도 못했는데...
시간 늦어 급해죽겠다는 나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면서 내가 김동률과 더 친하다. 너는 한수 아래다 라는 어조로 나를 놀려대던 물개곰.
시끄러워. 너는 우리집 세바스찬에 불과하다. 나는 김동률과 결혼하고 말테야아아아앗


그러나 이 협박도 이젠 안먹힌다.ㅡ.ㅡ
이거 진담인데....! ;;;
두고보자. 초반엔 좀 먹혔는데 녹봉을 안줬더니 너무 드세졌어.
슬퍼. 나를 어린왕자의 하나밖에 없는 장미꽃처럼 다뤄달라! 이 사나운 물개곰아-
요샌 아주 내가 무슨 협박만 하면, 맘대로 하시구랴. 이러고 딴청을 피운다.
아이고. ㅡ.ㅜ
게다가 한껏 자신만만해하며 내 안부나 전해주렴 이러기까지. =_=


네네씨 모르는구나. 잠시라도 말건다고 꿈지럭거렸다간 매니저 손에 끌려간다구. 꿈 깨삼.
그렇게 핀잔을 주고 이 자리엘 나왔는데. 이 사람이 아. 니나씨구나.  이러네 ;;;


게다가 률옹이 먼저 클럽장 양도 문제를 꺼내다니 ;;;;
여긴 싸인회장이잖아. ㄷㄷ
드디어 그 니나가 이 니나인줄 안 것인지. 그간 알고도 개무시한건지 =_=;;;
아니면, 단순히 클럽장 양도 문제가 시급했던 것인지...
내 보기에 2번일세. ㅡ.ㅡ 이 양반 정말 못됐어. 흥
나는 이렇게 잘해줘도 의심하고 분노한다.=_=;; 그간 너무 힘들었거든. 베~
어쨌든 요번엔 나에게 좀 친절했던 것으로 판단되니, 나는 초미녀의 굴레에서 억울하게 벗어났다 ;;;


근데 나한테 왜 클럽장 바톤을 이어 받으라는건데 ;;;
모르시는 모양인데, 저는 제 클럽도 부지하기 힘든 상황입죠.
그러나 ... 댓가가 있다면 두말않고 달려가리다. 후훗.


밥사줘요. 밥. 나는 밥이 좋단 말이죠.
우리. 고기반찬 먹으러 갑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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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기장에 부질없는 헛말을 적고 있다. 아. 배고파 =_=



그날 미처 전하지 못한 말)


고맙습니다.
건강 꼭 챙기시고- 그날 정말 안색이 말이 아니던데.
뮤직팜 사람 너무 혹사시키는거 아닙니까?
무슨 서커스 유랑단도 아닌데... 전국 싸인회 하기만 해봐라 울컥.
정말 건강하셔야 해요. 사랑합니다. 률님 ♡


에.. 또...제 사진 정말 허접하죠?
사실 제 실력은 널리 알려진대로 출중했으나, fdi가 좀 후졌죠. ㅋㅋ
이 말 꼭 하고 싶었는데, 악수하는 순간 잠깐 안드로메다로 가서 돌아오질 못했어욧.ㅠ_ㅠ
시간 있었음 좀 더 좋은 인화물을 줬을텐데... 맘에 안들게 나왔더라고. 그게 아닌데. 흑
괜히 줬나 후회되고 찜찜하네 ;;;



2008/01/24 - [음악의 낙원] - 김동률 5집 mon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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