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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12 오늘의 양식




토요일, 버스도 안다니는 시골로 택시를 타고 혼자 들어갔다.
택시비 만원.
젠장, 만 3천원 달라는 말에 기겁을 하고,
아저씨. 저 서울에서 왔어요라고 애교를 부려 3천원 깍았다.
그래도, 왠지 바가지 쓴 것 같은 이 기분은 ...
차라리 미터기를 돌리지...
그곳 관례인가보다하고 웃어 넘겼다. 안 넘기면 어쩔거야.
사람이라곤 운전기사 나 이렇게 2명인데. ㅜ.ㅜ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이렇게 사람이 없는데, 혼자서 큰일난다고 걱정을 하면서
차에서 내린 나에게 몇번이나 눈길을 주며 사진 얼른찍고 나가라고 그런다.


괜찮아요.
부웅- 흙먼지를 일으키며 떠나가는 택시를 저멀리 한 점이 될 때까지
지켜보고 나니, 문득 괜찮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웠어. ㅠ_ㅠ
바람은 왜 그렇게 불어대는지.
이렇게 넓고 긴 숄. 어디가서 만 3천원에 못사요라고 말하던 홍대의 그 젊은 총각.
천원만 깍아달래도 아르바이트 생이라 안된다. 미안하다 말했지.
(흠. 어엿한 주인이 아르바이트생으로 둔갑하는 홍대의 인심을 내 모르는 바 아니거늘.
이뻐서 살 수 밖에 없었다 ㅠ.ㅠ)
어쨌든 내 키 만한 길이의 만 3천원짜리 빨간색 숄이 시골 바람에 잠시도 쉬지않고
지맘대로 나부꼈다. ㅡ.ㅡ
가만 되새김질해보니, 나 완전 뮤직비디오 한편 찍었구만.
bgm은 슬프다 못해 궁상맞기까지한 이승환 노래 아무거나. ㅎㅎ


뭘 해야할지 몰라 한참을 멍하니 서있다가 풀숲에 가방을 내던졌는데
왠 두루미 비슷한 새 한마리가 화들짝 놀래서 하늘로 튀어 날아갔다.
순간 평소 새가 푸드덕거리는 소리에 공포감을 느끼던 나는
살인마가 뒤에서 급습하는 것과 맞먹는 정신적인 충격을 먹었다.
그 새는 내가 돌아갈때까지 거기 숨어있을 작정이었나? =_=;;;
요망하다.


사진은 몇장 안 찍었다.
삼각대를 가져갔으면 미저러블한 나라도 찍었을 것을. ㅡ.ㅡ
지나가던 차 한대가 멈추더니, 찍사 2명이 내려서 나를 찍고 가더라.
뭐야. 쟤네들.
확 =_=+


돌아 나오는 길엔 운이 좋아서 차를 얻어탔다.
두번 바가지 쓰기 싫어서 무모하게 걸어가자 마음 먹었었는데,
다행히 어디까지 가세요라고 물어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편하게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갈 수 있었다.
낯선 사람들은 내게 항상 친절하다.
낯선 사람들에게서 상처를 입은 적은 없다.
이렇게 여행만 하며 살면, 평생 상처없이 살 수 있을까?
차비로 낼 잔돈이 없어서 근처 할인 마트에서 모과를 하나 샀다.
한개 천 오백원.
향이 좋았다. 집에 와서 모과를 깨끗히 씻어 모과차를 담궜다.
낯선 곳에 가서도 엉킨 마음이 안풀리더니,
모과를 가만가만 썰어 유리병에 설탕을 켜켜히 뿌려 꾹꾹 눌러담으니
그간 했던 생각이 별거 아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별거 아니다. 이 생각하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모과 하나 더 살까?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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