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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23 색, 계 (色, 戒: Lust, Caution, 2007) (1)
  2. 2007.11.20 오늘의 양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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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치아즈(탕웨이)가 일본식 주점의 다다미방에서 리(양조위) 앞에 서서 이 노래를 불렀더랬다.
제목을 알아보니,  천애가녀(天涯歌女)였구나.
ost에 왜 이게 빠졌는지 모르겠다.
화양연화 ost는 참 잘 만들어졌는데, 색계 ost는 뭔가 조합이 엉성하다.
이렇게 감정선이 미묘한 영화는 다이알로그가 함께 들어가줘야하는데,
이거 담당한 사람이 뭘 잘 모르네.
내 보기엔 이 노래가 핵이 되어야 마땅한데, 단지 나만의 생각인가.
가사가 참 좋았는데, 샅샅이 뒤져도 알길이 없네. 꼭 내가 의뢰를 해야겠어! 버럭.
영화 종반부에 접어들었을 때, 그녀가 이 노래를 어찌나 사람 마음 애잔하게 부르는지
보는 당시에도 이런 여자를 어떻게 버릴 수 있겠나 싶었는데,
지금도 이 장면이 자꾸만 떠오르고 남사스럽게 눈물이 슬몃 나오는거다.
나에게는 최고의 장면이었다.


믿고 의지할 사람 한명 없고, 여지껏 자신의 힘이 되어줄거라 믿었던 일본은 폐색이 짙어가고,
그걸 모르는 바 아니면서 나날이 힘이 커지는 반일 무리들을 색출해내야 하는
고통과 두려움 속에 처한 한 남자에게 한 여인이 노래를 한다.
고난속에서도 꿋꿋하고 진실한 사랑을 하며 옆에 머물겠다고.
이 노래를 듣는 순간, 참으로 굳게 믿었을텐데.
마지막 구겨진 침대보 너머로 처참한 표정으로 망연히 서있던 리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는 곧 일본이 폐망하여 목숨으로 죄값을 치뤘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살아졌더라도, 평생을 구겨진 침대보같은 마음으로 생을 마감했을지도.
그 어떤 희망도 없이 말이다.
마음 속에 더이상 누군가 들어올 수 없는 삶을 사는 것처럼 지옥같은 건 없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죽은 왕 치아즈보다 리에게 더 연민이 드는 건 부정하지 못하겠다.


간절히 사랑하면 이렇게 이별이 어려운데,
몇번을 사랑했다 자랑스레 말하는 사람들은 그때마다 일어나는 이별의 순간은
어떻게 견뎌낸걸까. 그들에게는 이별조차 없었나.
나는 단 한번도 죽을만큼 힘이 들던데.
짧은 시간. 연애경험이 난무하는 사람이 꺼려지는 요즘이다.



책에서 이런 문장을 보았었다.


나와 함께 늙어갑시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함께 늙어가는 것이 쉽지 않음을 절감하고 나니,
이 글이 가슴에 사뭇치더라.
도서관에서 이거 보고 주책맞게 울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네.



ps) 나 역시 반했던 명대사

 리(양조위) / 당신을 기다리는 것으로 나를 고문하고 있었소.
                 / 당신이 돌아와 준게 내겐 선물이오.

흠 어찌보면 전형적인 작업용어지만, 양조위가 했잖아 ㅠ_ㅠ
아 정말. 둘째부인이라도 되겠어요. ㅠ_ㅠ


 왕치아즈(탕웨이) / 퍼거슨 가로 가요.

이 말 서글프더라.
그나저나 탕웨이는 정말 차세대 기대주로구나.
여배우는 장쯔이에서 끝나는 줄 알았더니, 탕웨이...몸서리치게 연기 너무 잘해.
마작할 때 무료한 듯 경쾌한 몸놀림.
화투장도 모르는 내가 마작을 배우고 싶더라니까. 흑



씨네 21 인터뷰


[경향신문] 실화 바탕 영화 ‘색계’ 개봉 떠들썩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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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서 리스트

♣ 온다 리쿠 / 삼월은 붉은 구렁을

- 기다리는 사람들편을 겨우 다 읽었다.
온다 리쿠의 작품으로 가장 유명한 밤의 피크닉을 몹시 재미없게 읽었던 사람이었기에
이 책에 거는 기대는 한 치도 없었다.
그저 기묘한 제목에 이끌려 속는 셈치고 보았는데, 다 읽지 않았음에도 감히 최고라 말하고 싶다.
공감가는 문장이 꽤 많았지만 옮기지 않으련다.
내 나이대 혹은 나보다 한참 어린 여자들이 좋아하는 키치적인 문장이 아니다.
석류에 관한 글을 읽을 때는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이 또한 순전히 내 개인적인 경험과 맞닿았을 뿐이다.
이제 석류의 계절인데, 마음이 짠하네.
어떻게 이 고비를 넘길고.


♣ 김기찬 / 골목안 풍경 30년 (1968-2001)
   Love (Monents intimacy laughter kinship)

- 어제 저녁 도서관 쇼파에 앉아서 사진집 2권을 보았는데, 눈물이 주륵주륵 흘렀다.
  고개를 푹 숙이고 계속 울었다. 참 따뜻하다.
  오랜만에 사진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고, 분명 예전에 한번 보았음에도
  나는 사진 한장 한장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뭐랄까 이번엔 내가 김기찬이 되어 피사체들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코끝이 시큰해진건가.
  그에 비하면 내 사진은 정말 초라하다.
  흡인력이 부족하다는 걸 매순간 느낀다.  
 
  나는 사진의 뼈를 원한다.
  김기찬 사진 속의 따뜻한 위트가 뼈가 되었듯이
  내 사진 속에서도 뭔가 다른 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끼는 건, 나는 인터넷을 하면서 형편없는 사진들에 지나치게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늘 하는 생각 중 하나지만,  인터넷을 하면 예상외로 시야가 경직되고 편협해진다.
  나는 내 사진이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애닯은 굿과 같았으면 좋겠는데.
  아직 보지 못했다.

  아. 맞다.
  며칠 전에 대기 오빠 제의 사진을 보았는데, 너무 좋더라.
  저 잘난 쌈박질이 난무하는 레이소다, 네이버 백날 보아도 안나오는 사진들.
  대기 오빠 사진은 알면 알수록 기쁘다.


 ♣ 함민복 / 미안한 마음
 
 - 함민복 시인의 시 한편을 알고 있다.

시 한 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긍정적인 밥>이다.
제목이 좋아 읽었던 시였는데, 마음에 꽤 오래 남았다.
이분이 쓴 산문집이 <미안한 마음>이다.
도서관에서 몇장 읽다가,
히야- 문장 참 절묘하다. 싶어서 서둘러 빌렸다.
우리나라 말은 참 아름답다.
한국 사람인데 난 이 아름다운 말들 다 어디다 버리고
이렇게 쇠냄새 풍기는 말만 골라 쓰는지 모르겠다.
강화도에나 가볼까.
거기 가면 나도 이렇게 변하려나.
이 책은 읽을수록 바다를 그립게 만들어 나를 참 곤란하게 한다.
선물 1호다.
누가 먼저 받으려나.


2. 영화 리스트

♣ 파프리카

- 일본은 참 미운 존재다. 파프리카를 다 보고 더욱 미워졌다.
이 애니메이션 작가는 우리나라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발하는 힘은 정말 대단하다.
그 상상력에도 매번 놀라지만, 파프리카의 경우만 보아도 꿈의 세계를 논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 전통 복식을 화면 가득 담아 보여주고
일본인 특유의 개인주의 사상이 주는 문제를 전세계인의 문제로 둔갑시키며 흥행에 성공한다.
이제껏 일본을 몰랐다면 지금이라도 배우라고 외치면서, 성공한다.
비결이 뭐지?
기모노 차림을 한 인형들과, 야하면서 때로 섬뜩한 일본같은 색채를 가득 담은 꿈의 행렬들을 보며
만약 우리나라에서 파프리카를 제작했다면, 저 장면에 과연 무엇을 넣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한복을 입은 인형들?
그렇다면, 이 애니메이션이 주는 기괴함은 사라지고 말것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가 주는 특유의 느낌은 무엇일까.
우리 고유 문화가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세계속에서 이렇게 소외당하는 이유가 뭘까.
그렇게 유동성이 부족한 문화였던가.
누가 봐도 일본스럽지만, 전세계 여성들의 소유욕을 불타게 하는 요지 야마모토의 드레스처럼
줏대를 잃은 우리 문화 전반에도 한국의 스타일이 살아숨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뒤로 가는 연인들

- 최악이었다. 보지 말것. 시간을 뒤로 가게 하는게 이 감독의 유일한 재주였나?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의 시나리오를 쓴 로저 애버리 감독만의 스타일리쉬한 영화 세계 ?
슬로건이 아깝다.


♣ 색,계

- 지난주 토요일 드디어 보았다.
무슨 말을 먼저 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좋았다.
희안하게도 영화를 보는 순간보다, 지금이 더 떨리고 설렌다.
책을 보다가도 생각나고, 아침에 눈 뜰때도 생각나고,
찬 바람을 맞으며 밤거리를 걷는데도 그렇게 불쑥 어린날 기억처럼 장면이 조각 조각 떠오른다.
그래서 자세한 내용은 따로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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