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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향한 통절한 회한 <어톤먼트>


- 씨네 21(http://www.cine21.com) - 글 : 오정연 | 2008.02.20



찬란한 햇빛이 가득한 그날 오후로 돌아가기 위한 연인의 간절한 바람 혹은 소녀의 애통한 속죄


사용자 삽입 이미지
























13살난 브라이오니 탤리스(시얼샤 로넌)가 생애 최초로 쓴 희곡은 결국 연극이 되지 못한다.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의 희열을 깨달은 소녀는 대신, 핑크빛 꿈을 꾸기 시작한 젊은 연인의 인생을 뒤바꿔버린다.
1930년대 영국 상류층의 매너를 답답해하던 언니 세실리아(키라 나이틀리)와 가정부의 아들로 명문대를 졸업한 로비(제임스 맥어보이)의 사랑싸움과 잘못 전달된 편지, 첫 정사를 목격한 브라이오니는 연정과 오만에 휩싸인 채 의심없이 거짓을 증언한다.
탤리스가에 놀러온 사촌을 겁탈한 것이 로비라고. 연인은 헤어지고, 세계대전이 유럽을 집어삼킨다.



데뷔작 <오만과 편견>을 통해 원작자의 숨겨진 의도와 이를 가능하게 했던 시대의 공기까지 포착한 바 있는 조 라이트는 객기를 모르는 현명한 연출가다. 로맨틱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에서, 로맨틱코미디의 대모 오스틴의 최고작을 영화화하는 프로젝트에 겁없이 뛰어들었던 그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팽팽한 서스펜스에 담는 베스트셀러 작가 이언 매큐언의 까다로운 동명 소설 역시 차분하게 의역해냈다.



영화의 언어로 원작의 정신에 복무할 것.
교외의 대저택을 배경으로 제인 오스틴풍의 우아한 소동극처럼 벌어지는 연애와 오해, 수감 대신 군복무를 택한 로비가 세실리아에게 돌아가기 위해 폐허가 된 프랑스를 헤매는 여정,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간호사로 일하는 18살 브라이오니(로몰라 가레이)의 속죄.
정교하게 안배된 원작의 3부 구성을 따라잡는 영화는 보폭을 줄일 때와 내달릴 때를 정확히 알고 있는 마라토너의 호흡처럼 단 한번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사건이 줄을 잇는 1부는 활기찬 가운데 불안이 감지되고, 몽롱한 혼돈이 먹먹한 2부는 애틋함에 목이 메며, 긴박하되 황망한 3부와 에필로그는 짧지만 서늘하다.
각 인물의 주관적인 독백을 객관적인 문체로 촘촘하게 묘사한 원작의 까다로운 면모를 떠올릴 때, 기적에 가까운 페이스 조절이다.



분수대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세실리아와 로비의 풋풋한 다툼의 실제 모습과 이를 목격한 브라이오니의 오해 버전을 원작과 다른 순서로 보여주거나, 노년의 브라이오니(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이끄는 에필로그를 축약·변형한 것 정도가 <어톤먼트>가 꾀한 신중한 변화다.
라이트 감독의 능력은 도저히 번역이 불가능한 단어는 과감히 포기하되, 소설이 무심결에 지나친 순간에 이미지로만 가능한 방점을 찍는 과감함에 있다. 음악과 촬영, 편집 등 이때의 도구가 철저하게 영화적인 것은 물론이다.



바다를 앞에 두고 망연자실 고향행을 고대하는 퇴각의 풍경을 로비의 시선으로 담아낸 5분여에 달하는 롱테이크가 기술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방점이라면, 영국을 강타한 사상 최고의 더위와 사랑의 열병을 구분하지 못한 채 로맨틱한 음담패설을 휘갈기거나 거울 앞을 떠나지 못하는 젊은 남녀의 모습을 담아낸 들뜬 촬영과 교차편집은 경제적으로 창조적인 방점이다.
가장 절묘한 방점은 그 모든 일이 일어나기 전, 고의로 물에 빠진 브라이오니를 구해낸 로비의 일화를 활용한 방식이다.
시점도 시기도 이유도 알 수 없이 모호하게, 그러나 결정적인 위치에 삽입된 이 장면에는 알 수 없는 애통함이 흐른다.
초반부 분수에 뛰어든 세실리아, 에필로그 속 세실리아의 모습과 함께 영화 전체를 감싸는 아련한 물의 이미지가 최고조에 달하는 지점으로, 알고보면 영화의 정중앙에 세심하게 배치된 장면이다. 꼭 필요한 순간에 한발을 내디뎌 볼륨을 높일 줄 아는 음악 역시 각별하다.



“내게 돌아와.”
세실리아의 속삭임에 이끌려 꿈결처럼 이국의 땅을 헤매는 로비가 독백한다.
“이야기는 다시 시작될 수 있어. 서재에서 순수한 열정으로 사랑을 나눴던 그 남자로 돌아가서,
너를 찾고, 너를 사랑하고, 너와 결혼하고, 치욕없이 살 거야.”
브라이오니는 유년기의 죄를 평생에 걸쳐 속죄한다.



<어톤먼트>를 관통하는 것은 돌려받을 수 없고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향한 통절한 회한이다.
명심할 것은, 햇살이 뜨겁던 그 오후 브라이오니가 본 것이 허망한 오해였듯,
스크린 위에 펼쳐진 비극적인 운명도 누군가의 꿈일지 모른다는 점.
돌이킬 수 없는 것을 장악함이 이야기의 매력이라면, 착각 혹은 착시는 영화의 운명이다.
영화 <어톤먼트>와 그 원작의 명민함은 자신의 기원을 정확히 인지한 것에서 비롯된 셈이다.


 
음악감독 : Dario Marianelli

- List -

01  With My Own Eyes
02 Debussy:Clair De Lune
03  Come Back





[참고] 그밖의 인터뷰 동영상 : http://www.atonement.kr 




단정하고 지적인 외모에 영국식 악센트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키이라 나이틀리.
오만과 편견을 보는 내내 사랑의 기쁨에 감사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보인 조 라이트.
그리고 그의 영화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음악감독  
Dario Marianelli
속죄라는 제목
안 볼 이유가 없는 영화였다.
개봉일만을 손꼽아 기다렸고 어제 저녁 바로 달려가서 보았다.
너무나 기다려왔던 영화.



조 라이트. 당신은 정말 ....
머리속에서 모든 이성의 소리를 잠재운채 그저 조 라이트 알러뷰만 외치고 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
보는내내 100점 만점이다라고 생각했고, 결말은 비극으로 치닫지만 봄같은 영화로 흡수되었다.
오만과 편견을 넘어선 제 2의 도약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의 3번째 작품은 또 어떤 방식으로 충격을 줄까.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도 잔혹함과 끔찍함을 배제한, 그렇다고 현실의 고통을 적당히 뭉퉁거려 소외시키지도 않는, 마음 속의 불안정한 심장들이 다음 장면을 위해 기꺼이 몰입할 수 있도록 관객의 시선을 시종일관 붙들어매는 이 어마어마한 흡인력과 균형감각들.
나는 조 라이트의 노예가 되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나를 수제자로 받아주세요. ㅡ.ㅜ


조 라이트 특유의 청량하면서 암울한 그러나 희망을 놓치지 않는 스토리 전개와 감각적인 카메라 워크.
촬영지 섭외도 어쩜 이리 탁월한지.(덕분에 망상에 젖어있잖아. 언제 거기 다 가볼래)
이것만 배울 수 있어도....나 사진 때려치운다 ㅡ.ㅡ
나는 장면 하나 하나 지나가기 무섭게 아쉬웠다. 조금 더 기억하고 싶어서.


- 꽃병 들고 봄의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모습
(이 장면은 봄되면 내가 찍으려고 했던 장면인데... 진짜 왜 이러시는거에욧. 나 억울해. 이렇게 홀딱 찍어버리면 나는 .... ㅡ.ㅜ)

- 로비의 목욕씬에서 업라이트 창문으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것

- 고요하게 일렁이는 물빛 달밤 브라이오니의 모습

- 서재안으로 들어서는 브라이오니 얼굴로 떨어지는 먼지섞인 조각햇살

- 사과나무 아래에서 로비의 얼굴위로 빛이 잠깐 사이에 미묘하게 왔다갔다하는 장면

- 세실리아의 분수대 잠수씬.

- 해변가 놀이동산 군부대 씬.
(정말 탁월한 연출력. 5-6분간의 롱테이크 장면. 정말 숨 막히더라. )

- 등이 파인 초록색 드레스를 너무나 잘 소화해낸 키이라 나이틀리의 아름다움.

- 드뷔시의 달빛이 흐르는 고통스럽고 애잔한 군부대 병원의 밤씬.


말할 수 없이 다. 모두 다 내가 너무나 동경하고 다 좋아하는 모습들 ㅜ_ㅜ
나는 당분간, 꿈과 상상의 바다로 퐁당하렵니다.

그리고 비결을 알아내고 말겠어 ㅠ_ㅠ




2007/09/14 - [음악의 낙원] - 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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