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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13 너에게




- 안부 -

안녕하신지요, 또 한 해 갑니다
연말연시 피하여 어디 쓸쓸한 곳에 가서
멍하니 있고 싶어요
머리 갸우뚱하고 물밑을 내려다보는
게으른 새처럼
의아하게 제 삶을 흘러가게 할 거예요
해질 무렵이면
땅을 치고 통곡하고 싶은 삶인데요
이대로 내버려 둘까요
자꾸 얼마 안 남았는데 하는 생각뿐예요
급브레이크를 밟은 자동차 바퀴자국이 난
건널목을 지나
맞은 편 성요한병원 붉은 벽돌담에
몸 기댄 겨울나무 그림자 보았어요




- 안부 1 -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어머님 문부터 열어본다.
어렸을 적에도 눈뜨자마자
엄니 코에 귀를 대보고 안도하곤 했었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침마다 살며시 열어보는 문;
이 조마조마한 문지방에서
사랑은 도대체 어디까지 필사적인가?
당신은 똥싼 옷을 서랍장에 숨겨놓고
자신에서 아직 떠나지 않고 있는
생을 부끄러워하고 계셨다.
나는 이 세상에 밀어놓은 당신의 밑을
샤워기로 뿌려 씻긴 다음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빗겨드리니까
웬 꼬마 계집아이가 콧물 흘리며
얌전하게 보료 위에 앉아 계신다.
그 가벼움에 대해선 우리 말하지 말자.
 


- 안부 2 -

안녕하신지요. 또 한 해 갑니다
일몰의 동작대교 난간에 서서
금빛 강을 널널하게 바라봅니다
서쪽으로 가는 도도한 물은
좀더 이곳에 머물렀다 가고 싶은 듯
한 자락 터키 카펫 같은
스스로 발광하는 수면을
남겨두고 가대요
그 빛, 찡그린 그대 실눈에도
對照해 보았으면, 했습니다


마추픽추로 들어가는 지난번 엽서,
이제야 받았습니다
숨쉬는 것마저 힘든
그 空中國家에 제 생애도
얼마간 걸쳐놓으면 다시
살고 싶은 마음 나겠지요마는
연말연시 피하여 어디 쓸쓸한 곳에 가서
하냥 멍하니, 있고 싶어요
머리 갸우뚱하고 물밑을 내려다보는
게으른 새처럼
의아하게 제 삶을 흘러가게 하게요 



황지우,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1998)』



ps)
너에게-
마음껏 울고 소리치고 뱉아내어 단단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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